1.인증기관(CA)의 필요성
공용키 암호화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앞에서 설명했다. 앨리스가 보내는 데이터를 암호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밥의 공용키를 얻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때 앨리스는 밥으로부터 공용키를 얻고 나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신이 받은 공용키가 "진짜 밥의 공용키일까? 밥을 가장한 이브의 공용키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실제 환경에 적용시켜 보자. 여기서 밥은 웹서버에 해당하고, 앨리스는 웹브라우저에 해당한다. 당신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웹서버에 접속한 다음 마음에 드는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결제하기]버튼을 클릭한 후 신용카드 번호, 유효기간 등의 개인정보를 웹서버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이때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웹서버의 공용키를 웹서버로부터 받았다. 당신은 이 공용키를 이용해서 웹서버로 전송했지만 알고보니 이 공용키를 제공했던 것은 악의의 제3자였고, 당신의 중요한 개인정보는 외부로 유출이 되게 되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사용하는 웹브라우저는 웹서버로부터 공용키를 얻게 되면 이것이 진짜 거래의 상대방인 웹서버가 발행한 공용키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이것은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상의 실제상거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대금을 지불한다고 가정하면 가게에서는 고객을 믿고 물건을 내 주지는 않는다. 제3의 기관인 신용카드 회사(은행)를 믿고 물건을 내 주게 된다. 이것처럼 디지털 세계에서도 거래의 양자간의 각종 불신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제3의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인증기관(Certificate Authority, CA)은 그러한 필요성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증기관은 서버의 신원을 증명해 준다. 가끔은 클라이언트의 신원을 증명해 주기도 한다. 서버나 클라이언트가 디지털 세계에서 하고자 하는 작업에 신뢰를 부여하기 위한 인증서를 발행하는 작업, 이것이 인증기관의 주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림1>을 통해서 인증기관의 역할을 알아보도록 하자.

<그림1. 인증기관(CA)의 역할>
그림의 예제는 웹서버와 사용자와의 통신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 먼저 웹서버는 한 쌍의 공용키와 개인키를 생성한다(①). 개인키를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안전하게 저장을 한 다음 공용키를 웹서버에 게시를 한다. 사용자들이 웹서버로 보내는 데이터를 웹서버의 공용키를 이용해서 암호화해서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웹서버의 공용키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에 웹서버는 웹서버에서 사용할 한 쌍의 키를 생성한 다음 공용키를 인증받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공용키와 서버의 정보등을 첨부해서 CA에게 인증서 발급요청을 넘긴다(②). CA는 인증서 발급요청 정보를 잘 살펴보고 하자가 없다면 인증서를 발행하게 된다. 이 인증서에는 웹서버가 제시했던 공용키, 웹서버의 정보, 인증서의 주체, 마지막으로 CA의 전자서명이 들어있다. 결국 웹서버의 공용키를 제3자에 해당하는 CA가 인증을 해 주었다는 뜻이다(③).
이제 웹서버는 공용키만을 게시하는 것 대신에 CA로부터 받은 '인증서(Certificate)'를 게시하게 되고, 사용자가 웹서버로 중요한 데이터를 보내기 전에 웹서버로부터 인증서를 얻는다(④). (이 인증서에는 웹서버의 공용키가 저장되어 있음을 기억하라) 인증서를 받은 사용자는 인증서를 발행한 인증기관(CA)가 믿을만한 인증기관인지, 인증서의 날짜는 유효한지, 인증서의 주체와 현재 접근하는 사이트의 주소는 일치하는 지 등의 내용을 확인한다(⑤).
모든 확인이 끝났으면 이제 인증서안에 있는 공용키를 이용해서 자신이 보내는 데이터를 암호화할 수 있다. 믿고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의 인증서의 역할은 '서버의 신원증명'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또 다른 인증서의 용도는 인터넷 뱅킹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은행을 직접 방문하여 인터넷 뱅킹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용자 계정을 발급받는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컴퓨터에서 인터넷 뱅킹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은행의 서버에 연결한 다음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때의 인증서는 '클라이언트의 신원을 증명'하기 위한 인증서에 해당한다.